국내보조에 관한 주요 쟁점과 전망

저자
임송수
출판년도
2000-12-27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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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보조쟁점전망(임송수)



농업협정이 규정하는 국내보조는 허용보조(green
box), 블루박스(blue box), SD박스(special and differential treatment), 최소
허용보조(de minimis), 현행 총 AMS 등으로 구성된다. WTO 회원국은 1995년부터 이러한
구성요소별 규정에 따라 국내 농업정책을 이행해오고 있으며, 그 이행 결과를 WTO에
통보하고 있다.
이 글은 국내보조 분야와 관련한 주요 협상 쟁점을
제시해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협상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단계별 접근을 따랐다. 첫째, 국내보조 이행결과를 통해 시사점과
쟁점 사항을 이끌어 낸다. 둘째, WTO에 제시되고 있는 회원국들의 제안서(proposals)
내용과 논의를 분석한다. 셋째, 이러한 논의와 분석을 통해 농산물 협상의 전개 방향에
관해 전망한다.
1. 국내보조 이행결과 분석
국내보조 이행결과는 감축대상 보조(AMS)와 허용보조(green
box)로 나눠 살펴보려고 한다. 또한 주요 회원국이 이행한 국내보조 조치의 결과를
구성 요소별 비중 차원에서 검토함으로써 시사점을 찾으려 한다.
먼저, 감축대상 국내보조에 관한 이행결과이다.
WTO 회원국 가운데 양허표(Part IV Section I)에 따라 AMS 감축의무를 지닌 나라는
30개국이다. 2000년 상반기까지 WTO에 통보된 자료(1995-98년)를 보면, 회원국들이
AMS 감축의무를 잘 이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95-98년에 AMS 이행 실적에 관한
통보 수는 모두 87건이며, 이 가운데 총 AMS 대비 현행 AMS(활용도)는 61-81%(25건
또는 29%), 0-20%(21건 또는 24%), 81% 이상(20건 또는 23%), 21-40%(14건 또는 16%),
41-60%(7건 또는 8%) 등의 분포를 나타냈다. 통보한 이행결과의 과반수 이상이 61%
이상의 AMS 활용도를 보인 것이다.
AMS 활용도가 가장 높은 나라는 아르헨티나로 평균
122%이고, 가장 낮은 나라는 뉴질랜드로 0%이다. 주요 수출국의 경우, 평균 AMS 활용도가
대체로 낮은(미국 27%, 호주 25%, 캐나다 14% 등) 반면에 주요 수입국의 활용도는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노르웨이 80%, 스위스 75%, 일본 72%, EC 66% 등). 우리나라의
AMS 활용도는 평균 94%로 통보국 가운데 세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농업협정의 이행 경험을 바탕으로 일부 회원국은
AMS 감축의무가 국내보조 감축에 실제로 구속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는 첫째, 기준 연도에 보조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둘째, 감축대상이
아닌 블루박스 조치를 기준 AMS에 포함시켜 계산해 기준 AMS 수준이 처음부터 과대
평가됐기 때문이란 것이다.
다음은 허용보조에 관한 이행 결과이다. 1995-98년
이행 기간에 10개 회원국(호주, 캐나다, 키프로스, 체크 공화국, 한국, 나미비아(Namibia),
슬로바키아 공화국, 남아프리카, 스위스, 미국 등)은 총 63개의 새로운 또는 수정된
허용보조 조치를 도입했다. 농업협정 부속서 2가 명시한 허용보조 조치는 18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가운데 허용보조(총 지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항목은
국내 식량원조로 평균 33%이고, 하부구조 서비스 20%, 투자보조 8% 등이다. 허용보조
조치를 일반서비스, 식량안보, 직접지불, 기타 등으로 크게 나누면, 이들의 비중은
각각 40%, 34%, 25%, 1% 등으로 나타났다. 허용보조에 의한 총 지출액은 1995년에
1,333억 달러를 기록했고, 그 이후 내림세를 나타낸다.
이행 기간에 허용보조 조치를 한 번 이상 통보한
회원국은 총 55개국이다. 허용보조와 관련한 지출액이 가장 큰 나라는 미국으로 497억
달러 또는 전체 지출액의 39%를 차지하며, 주된 지출 항목은 국내 식량원조이다.

일본이 차지하는 지출 비중은 21%이고 주된 지출
항목은 하부구조 서비스이다. EC의 경우, 지출 비중은 20%이고 주된 지출 항목은
투자지원이다. 상위 3개국의 지출액에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지출 비중은 4%로 세계 4위 수준이며, 주로 하부구조 서비스에 보조를 집행한다.
허용보조 조치의 이행 결과를 바탕으로 일부 회원국들은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한다. 첫째, 허용보조는 소요비용이 크기 때문에 주로 선진국을
위한 또는 선진국만이 활용할 수 있는 조치이다. 둘째, 허용보조 조치로 인해 농업부문에
대한 보조수준이 오히려 증가했다. 셋째, 허용보조 조치에 관한 규정이 자세하지
못해 임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넷째, 허용보조 조치에 관한 규정이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또는 다원적 기능)을 모두 내부화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
끝으로, 주요 회원국의 국내보조에 관한 구성 요소별
비중을 살펴보려고 한다. 미국의 경우, 총 국내보조 가운데 현행 AMS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인 반면 허용보조의 비중은 거의 90%에 이른다. EC에서 현행 AMS의
비중은 50%대이고 허용보조와 블루박스가 각각 20%대를 차지한다. 일본은 현행 AMS의
비중이 허용보조 수준보다 10%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허용보조의
비중은 67%, SD 0.4%, 최소 허용보조 7%, 현행 AMS 26% 등으로 허용보조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블루박스의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는 노르웨이이고, 최소허용보조(de
minimis)의 경우에 캐나다의 비중이 가장 높다.
국내보조의 구성 요소별 비중 분석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농산물 협상에서 회원국들이 각 국 나름대로 활용 비중이 높은 국내보조
조치를 유지 또는 확대하려 할 것이란 점이다. 예를 들면, 미국은 자국의 활용 비중이
높은 허용보조의 유지를 주장할 것이며, EC와 노르웨이는 블루박스의 존속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2. 주요국의 제안서 분석
농산물 협상이 진행되면서 회원국들은 협상에 임하는
자국의 기본 입장을 담은 제안서를 WTO에 제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WTO는 회원국이
제안서를 통해 제시한 협상 접근방식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주요국의 제안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유럽연합의 제안서 내용이다. 유럽연합은 블루박스와 허용보조가 지속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유럽연합은 블루박스가 생산요소와 연계돼 있지만, 가격이나
생산량에 연계돼 있지 않고 국내보조 정책의 개혁에 중요한 기능을 해오고 있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농지 기준의 직접지불(area-based payment)이
시장가격 보조나 생산량 및 변동 투입재 사용에 근거한 지불보다 소득 측면에서 더욱
효과적이고 무역왜곡 효과도 작다는 OECD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둘째, 쿠바 등 11개 개도국들이 공동으로 제출한
제안서 내용이다. 이들은 특히 허용보조가 불공평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보조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들은 허용보조로 인해 OECD의 국내보조
수준이 오히려 증가한 점, 허용보조가 사실상 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허용보조에 관한 규정이 투명하거나 분명하지 않다는 점, 평화조항(due restraint
clause)에 따라 허용보조가 상계조치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점, 허용보조는 선진국의
관심만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모든 보조를 ''일반보조 박스(general
subsidies'' box: GSD)''로 통합하고, 회원국별 농업 생산액의 일정비율 안에서 이를
운영하도록 할 것을 제안한다. 개도국의 경우에는 개발박스(development box: DB)를
도입해 신축성을 확보하고 농촌고용과 식량안보 문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셋째, 미국의 제안서 내용이다. 미국은 최소 허용보조(de
minimis) 원칙과 무역왜곡 보조의 상한을 두고 감소시키는 공정하고도 단순한 접근을
바탕으로 개혁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보조를 면제(exempt) 보조와 비면제(non-exempt)
보조로 구분하되, 비면제 보조는 양허표 상 최종 AMS 감축수준으로 낮출 것을 제안한다.
회원국별 총 농업생산액(value of agricultural production)의 고정된 수준(%)을
최종 감축수준으로 정하고, 정해진 기간에 감축의무를 이행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한 SD 박스에 개도국의 개발목적을 반영하는 면제보조 조치를 포함시킬 것을
제안한다. 허용보조 조치는 지금의 면제조치 이외에, 농가소득 안전망과 위험관리
수단, 환경과 천연자원 보호, 지역개발, 새로운 기술, 구조조정 등 기준에 기초한
조치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끝으로, 케언즈 그룹의 제안서 내용이다. 케언즈
그룹은 국내보조의 감축이 공식에 근거한 접근방식(formula approach)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AMS와 블루박스 등 생산과 무역을 왜곡하는 보조를 감축하고, 결국
이러한 성격의 보조를 완전히 폐지함으로써 회원국 사이의 격차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공식은 이행 첫 해에 보조수준을 크게 줄이도록(예: 적어도 50% 이상) 만들되,
모든 농산물에 관한 개별기준(disaggregated basis)에 따라 이행되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허용보조는 지금의 조치들이 기본 요건(최소의 무역 및 생산 왜곡효과)을 진정으로
만족하는지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표 1 미국의 국내보조 감축 제안 분석, 1997년
한국
(억원)
일본
(억엔)
EU
(억ecu)
미국
(백만$)
호주
(백만A$)
① AMS 감축의무
20,287
44,695
741
21,491
531
② 현행 AMS
19,370
31,708
-
6,238
132
③ 총 농업생산액
302,706
98,316
2,178
203,884
27,422
①/③
6.70%
45.46%
34.01%
10.54%
1.94%
②/③
6.40%
32.25%
-
3.06%
0.48%
주:WTO 자료를 이용해 산출한 결과임.
주요 수출국의 제안서를 통해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특정 공식에 근거해 국내보조를 줄이자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총 농업생산액(또는
농업규모)에 비례하는 수준의 국내보조만을 허용하자고 제안한다. 미국의 제안에
관해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설정할 수 있으나, 1997년 자료를 바탕으로 이를 분석하면
표 1과 같다.
예를 들면, AMS 감축의무(commitments)를 총 농업생산액의
10%로 설정한다면, 일본이나 유럽연합은 국내보조를 크게 줄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공식이 미국에 유리한 것은,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미국의 국내보조 가운데 AMS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정도로 낮기 때문이다.
3. 전망
한국을 비롯해 일본, 노르웨이 등 주요 수입국의 제안서가
아직 WTO에 제시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국내보조와 관련된 쟁점들을 종합적으로 비교
검토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WTO 논의에서 나타난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보조 분야에 관한 협상방향을 전망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AMS 문제는 새로운 공식(formula)에 의한
대폭 감축(주로 수출국 입장)과 지금의 틀 안에서 추진하는 점진적인 감축(주로 수입국
입장) 사이에서 공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AMS 감축의무 설정에 다원적
기능의 요소들을 반영시키는 일은 힘겨운 과제가 될 것이다.
둘째, 블루박스는 유럽연합이 지켜야 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내는 의제로서, 유럽 농업정책(Agenda 2000)의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새로운 농업정책 개혁이 유럽연합에서 이뤄지지 않는 한, 유럽연합의 강경한 입장을
전환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최소 허용보조(de minimis)는 UR 때의 존재
논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조치이므로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개도국들은 이 조치에 개도국 우대사항(SD)을 더욱 강화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끝으로, 허용보조는 수정된 형태로 존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구체적으로 반영하는 항목을 새로 추가하거나 기존
항목을 강화하자는 주장과, 허용보조의 적용에 대해 더욱 엄격한 기준과 규율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 사이에 뜨거운 논쟁이 이뤄질 것이다.
(임송수 songsoo@krei.re.kr 국제농업연구실)
발행처
KREI
발간물 유형
KREI 논문
URI
http://repository.krei.re.kr/handle/2018.oak/17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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