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농산물협상에서 NTC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협상연대를 이루어 오던 한국, 일본, EU, 스위스, 노르웨이, 모리셔스 등 6개국을 포함하여 총
42개국의 개도국과 체제전환 구공산권 국가들의 대표들이 참석한 제2차 NTC Conference가 지난 5월 28일부터 6월 31일까지
모리셔스에서 개최되었다.
NTC
Conference의 본래 취지는 WTO 농산물협상의 과정에서 농업의 비교역적 관심사항(NTC)에 대한 공감대를 회원국들, 특히 개도국들에게
널리 확산시키기 위한 것으로서 제1차 Conference는 지난해 노르웨이에서 개최된 바 있다. 제1차 회의가 NTC의 개념 자체와 중요성에
관한 토론이었던 반면에 이번 제2차 회의는 NTC를 반영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과 수단을 개발하고 이를 농산물협상에 제안하여 궁극적으로
농업협정에 반영시키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
NTC는 국가마다
강조하는 분야가 다르고 농업활동을 통해 NTC의 각 요소가 달성되는 효과의 측면에서 상이하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NTC 중 가장 보편적이고
공통적인 환경보전, 식량안보, 농촌개발에 관한 토론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3개 의제에 관한 토론은 참가자들을 3개 해당 분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우선 농업의 환경보전
기능과 관련하여 대부분의 국가는 농산물 무역자유화가 환경에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농업생산 활동이 생물다양성의 유지,
경관보전, 자연재해로부터의 보호(예; 홍수방지)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데 공감하였다. 환경보전을 포함한 NTC는 공공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시장기능만으로는 달성이 불가능하고 어떠한 형태로든 정부의 개입과 보조가 필요함에 의견을 같이 하였다.
농업의 환경보전 효과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서 개도국들은 현행 환경관련 허용보조정책(Green Box) 이외에 시장접근, 감축대상 국내보조의 정책도 원용
가능해야 하며 상당한 신축성이 부여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개도국들은 정부재정이 빈약하고 현행 허용정책을 원용하는 데 한계가 있는 관계로
관세감축과 보조금 감축 등의 측면에서 개도국 우대조치가 주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EU는 현행 환경관련 허용조치를 약간 확대하면 된다는 입장이고
한국, 일본, 노르웨이 등은 환경 관련 NTC 유지를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일정 수준의 국내생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지적된
사항은 환경 관련 조치는 목표 지향적이어야 하며 생산과 무역을 왜곡하지 않는 방향으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NTC 중 농촌개발과
관련하여 농촌개발은 선진국의 경우 농촌의 삶의 질을 유지하고 농촌지역에 인구가 거주할 수 있도록 하며 국토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목적이
있는 반면, 개도국의 경우에는 생존의 문제, 빈곤경감의 문제에 해당하므로 원용되는 정책수단이 상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인정되었다. 또한
농촌개발을 통해 농촌지역의 인구유지가 가능한 반면 농촌개발은 개도국의 경우 여타 NTC로서 식량안보, 환경보전, 빈곤타파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었다. 정책수단과 관련하여 현행의 허용보조(Green Box)로는 농촌개발을 반영하는 데 부족하므로 시장접근, 수출보조, 감축대상
국내보조와 관련된 정책수단들이 원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었다.
개도국들은 개발목적을
위한 보조정책의 허용(Development Box), 최소허용보조(de minimis)의 상향 조정, 개도국 상품에 대한
특혜조치(preferential treatment)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EU는 현재의 농촌개발 관련 허용정책을 약간 확대하는
범위 내에서 정책수단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우리 나라는 농촌경제의 유지와 농촌개발을 위해 쌀 농사는 매우 중요하므로 현재의
허용정책만으로는 부족하고 가격지지와 시장접근에 있어서도 특별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마지막으로 식량안보와
관련된 토론에서는 식량안보는 국내생산, 안정적인 수입, 그리고 재고관리 제도의 적절한 정책조합에 의해 달성할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였다.
식량안보를 달성하는 수단으로서 일부 국가는 최소한의 국내보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서는 수출금지, 수출세, 수출국영무역 등
수출제한이나 수출 독과점적인 관행이 철폐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선진국과 개도국의
식량안보 문제는 상이하며 개도국의 경우 식량안보는 빈곤 및 구매력 부족과 관련된 사항이므로 개도국의 식량안보를 위한 기술지원, 식량원조, 개도국
상품에 대한 시장접근의 개선, 국제적 재고관리 제도와 기금의 운영 등이 필요하다고 개도국들은 강조하였다. 그러나 각국의 식량안보 문제는 성격이
상이하므로 일률적인 정책수단은 부적절하다는 데 동의가 이루어졌다.
우리나라는 식량안보의
달성수단으로서 해외 수입과 재고관리는 국내생산의 대체수단이 될 수 없으며 해외 식량수입에 수반되는 위험까지를 고려할 경우 일정 수준의 국내
생산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또한 무역자유화는 부분적으로 수출국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세계 농산물시장의 가격안정성을 제고하나,
무역자유화로 인해 비교우위가 있는 소수 수출국가로 농산물 생산이 집중될 경우 농산물 가격의 안정성은 더욱 악화될 수 있어 식량안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였다. 마지막으로 노르웨이와 일본은 선진국의 경우 구매력 부족에 의한 식량조달과 식량안보의 문제가 없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단기에
관한 문제이고 장기적으로 식량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식량안보에 대처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선진국에도 엄연히 식량안보에 관한
개념과 문제가 존재하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번 제2차 NTC
Conference에서는 당초 의도와는 달리 NTC를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단과 정책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NTC 개념에 관한 원론적인 토의에 머문 느낌을 주었다. 이는 각각의 참가국들이 기본입장에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으며 구체적인 정책개발에 관한
준비가 채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회의를 주관한 기존 NTC 6개국간에도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앞으로의
협상연대에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고 있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식량안보 문제와 관련하여 EU는 식량안보가 선진국이
아닌 개도국만의 문제이며, 이를 위한 국내생산은 필요 없다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앞으로 계속
이어질 NTC Conference와 농산물협상에서는 수입국간의 치밀한 의견조율과 주고 받기식(trade-off)의 협상이 사전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진정 우리나라에 중요한 NTC가 어느 분야에 있는 것인지에 대한 검토작업도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식량안보가 정말 중요하다면
추가적인 설득자료를 만들고 그렇지 않다면 여타 NTC에 대한 협상대안도 철저히 준비해 나가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식량안보만을 주장하기에는
동조국이 드물고 반대국은 도처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이재옥
jaeoklee@krei.re.kr 국제농업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