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지난 7월
25일 WTO에 새로운 농업협상 제안서를 제출하였다. 목적은 2003년 3월이 기한인 농업모델리티협상을 주도하기 위한 것이며, 2000년 6월과
11월에 제출한 제안서의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주요 내용은 미국이
그동안 제안한 제안서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지만 보호감축의 방법이나 목표수치가 제시되어 있는 점과 협상타결에서 당초 5년간과 그 이후
일정기간이라는 2단계 접근방식을 제시하고 있는 점이 새로운 특징이다. 향후 농업모델리티협상은 미국이 주도하는 가운데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이날 발표된
보도문을 통하여 의욕적인 제안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통상대표부(USTR) 죌릭 대표는 "미국의 제안은 농산물무역의 개혁 및 자유화를 향한 비전을
나타낸 것이며, 세계시장을 개방, 미국 농민에게 번영을 가져오고, 또 다른 국가의 생산자에게도 성장하는 세계 시장으로의 진입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고 언급하였다.
또 베네만 농업부 장관도
"미국 생산자의 경제성장은 시장의 확대에 의하여 달성되는 것이며, 그들은 자유무역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이나 외국의 생산자에게
나쁜 영향을 주고 있는 무역장벽을 축소하여 공평한 장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발표하였다.
1. 미국의 새로운
제안
이번 제안은 ①각국간에
존재하는 불공평을 제거하여 동일한 기준을 만들고, ②무역장벽을 철폐하여, ③생산자·소비자 쌍방의 이익이 되도록 세계시장을 확대해 간다는 3가지
원칙에 입각하고 있다. 또, 관세 또는 보조금 등에 대해서는 협상타결이후 당초 5년간(2006-10년)은 대폭 감축과 그 이후
일정기간(기한은 뉴라운드 협상에서 결정)내에 폐지라는 2단계 접근방식을 제시하고 있는 점이 새로운 특징이다.
우선, 무역왜곡적인
국내보조는 1단계로 5년간에 농업생산액의 5%까지 감축하고, 2단계로 일정한 기간을 정하여 기간 내에 최종적으로는 폐지한다는 주장이다.
생산제한하의 직접지불(blue box)은 무역왜곡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축대상 보조(amber box)에 포함되지 않고 있어 국내보조
허용상한이 EU가 연간 600억 달러, 일본 300억 달러, 미국 19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를 국내 농업생산총액의 5% 한도로 제한하여
세계적으로 1,000억 달러 이상의 보조를 감축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또, 시장접근에서 관세는
1단계로 모든 관세는 25% 이하로 감축하고, 2단계로 일정기간내에 폐지한다는 것이다. 시장접근분야와 관련, 단일 종가세 또는 종량세 체제로
관세체계를 단순화하고, 현재 62%인 세계 농산물 평균수입관세를 스위스 방식을 적용, 5년간(2006-10년)에 걸쳐 15% 수준(상한
25%)까지 인하하는 한편, 고율 관세를 대폭 감축하기 위하여 고율 관세를 보다 큰 비율로 감축하는 스위스 방식(Swiss Formula)을
채택하고 있다. 관세할당품목에 대해서는 할당량을 1단계로 20% 확대하되 할당관세는 철폐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국영무역과
특별세이프가드(SSG)도 폐지하고, 수출보조금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고 한다. 수출보조금과 관련, 1986-90년간 집행한 수출보조금 사용금액을
기준으로 국별 허용상한을 설정한 현행 규정으로 인해 EU가 연간 2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무역왜곡 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하면서
농업협상 결과를 이행하기 시작하는 오는 2006년부터 5년 동안 매년 일정액을 삭감하는 방법으로 완전 철폐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한편, 농산물 수출에
대한 독점 폐해를 제거하기 위해 국영 농산물수출공사와 동 기관을 통한 수출특혜금융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수출금융·보증·보험
규정을 명확히 하여 이 제도들이 수출보조금으로 전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수출세를 폐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국내보조 중,
기술연구·소득안정화정책 등에 사용되는 허용보조금(green box)의 지급기준 재검토와 강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관세할당품목에 대하여
할당량(TRQ)을 20%로 대폭 상향 조정하고, 증가분의 일부를 개도국에 배정하는 동시에 할당물량에 대해서는 관세를 폐지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2. 이해 당사국의
반응
이상과 같은 미국의
제안에 대하여 호주·캐나다 등 농산물 수출국들은 원칙적으로 지지하면서도 보조금 감축·관세 인하폭 등에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한편, 농업여건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일본과 EU 등은 비교역적 관심사항(NTC)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제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은 농산물
수출국들과 의견절충을 통해 농산물시장 자유화를 강도 높게 추진할 것이다. 그러나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개도국 우대문제에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는 한 조기 시장개방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난 7월
25-26일간 일본에서 열린 5개국 농업장관회의에서 다케베 일본 농림수산성 장관은 농업총생산액을 기준으로 보조금 상한을 설정할 경우 미국에 비해
일본의 감축 폭이 훨씬 클 것이라면서 불만을 표명했고, 밴클리프 캐나다 농업부 장관도 미국이 2002년 농업법에서 자국의 농업보조금을
증액시키면서 국제사회에 관세와 보조금 삭감을 요구하는 것은 양면성을 드러내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EU·일본·노르웨이 등은
국내보조금 감축과 관세인하 목표가 비현실적이고 농업의 비교역적 관심사항(NTC)도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도하 각료선언문은
농산물시장 개방협상시 NTC를 유념하고 협상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미국이 제안한 관세인하방식 대신, UR 협상시
합의했던 평균인하방식을 채택, 민감한 품목은 보호할 수 있도록 제안하였고, UR 협상에서는 모든 농산물의 평균관세를 36%(개도국 24%) 이상
감축하되 최소 15%(개도국 10%)이상 감축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뉴질랜드·캐나다·호주·브라질 등은 관세인하·보조금 삭감 원칙에 찬성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식과
허용대상정책(Green box) 기준강화 등에 대해 상이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3. 미국 국내 농업단체의
반응
3.1. 농업단체, 조건부
찬성
2002년 농업법을
제정, 과도한 농업보호로 세계 각국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미국이 대폭적인 보호감축을 요구하는 대담한 제안에 대해 미국 국내생산자의 반응도
다양하다.
농업단체는 대체로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조건부 지지이며, 절대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 최대의 농업단체인 미국농업협의회(AFBF)는 "미국의 제안이 국내 보호수준을 감축하는 전제로서, EU의
수출보조금이나 외국의 관세를 인하하는 것이라면 찬성한다"는 태도이며, '국내지지 감축'과 '외국의 수입장벽 철폐'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팩키지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동 협의회는 "미국
제안은 무역왜곡적인 국내보조의 감축과 미국의 할당관세의 대폭적인 인하와 관련해서는 일부 생산자에게 있어 가혹한 측면도 있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미국 농민에게 이익을 초래할 것이다"고 언급, 반드시 모든 생산자가 양손을 들어 찬성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사탕생산자단체로 구성되는
미국사탕연맹은 보도문의 제목에서 "우리는 미국정부 제안을 지지한다"고 하고 있지만, "미국 제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모든 WTO 가맹국이
무역왜곡적인 정책의 감축을 충실히 지킬 필요가 있다"는 전제조건을 달고 있다.
사탕 외에 땅콩 그리고
플로리다주 감귤 등의 품목에 대해서는 현재 높은 관세수준과 관세할당제도로 국경조치가 강구되고 있기 때문에 실제는 정부제안에 대해서 우려를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면, 플로리다감귤조합 등은 통상대표부와 농업부에 수입이 민감한 품목에 대한 특별취급을 요망하고
있다.
3.2. 일부 생산자는 냉담한
반응
한 농업관계자는 "실제로
대부분의 국내 농업단체나 품목별 단체는 EU나 일본 등 다른 국가의 반대가 있기 때문에 이번 정부제안에서 감축대상정책(amber box)의
대폭적 감축이 실현될 것이라고는 믿고 있지 않다. 단지, 각국이 명확한 입장을 취하기 전까지는 이번 제안과 같이 자유무역주의의 자세를 표명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몇몇 품목별
단체는 이번 정부제안이 현재의 국내지지정책의 유연성을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내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즉, 미국제안에서는 '무역왜곡형'
국내지지로서 허용되고 있는 국내생산액의 5% 상당에 추가하여, '최소허용보조'(de-minimis)의 유지에 의해 '품목 특정적'
최소허용보조로서 국내생산액의 5%, 더욱이 '품목 불특정' 최소허용보조로서 5%, 합계 15% 약 300억 달러의 국내보조가 이론상으로는
허용된다는 점이다.
미국 제안에 공식적으로
명확한 반대를 표명하고 있는 것은 가족농업인을 지지모체로 하는 전국농민연맹(NFU)이다. "WTO에 미국이 제안한 것은 현행 농업법에서 구축되고
있는 미국 생산자에 대한 세이프티네트(경영안정대책)를 감축하는 것이며, 또 미국 생산자를 지키고자 하는 의회의 노력을 저해하는 것이다"라며
보도문에서 신랄하게 비난하고 있다.
또, 동 연맹은 "물론
무역장벽을 없애자는 태도는 이해하지만, 제안은 미국의 생산자가 직면한 최대의 장벽, 즉 임금수준, 환경기준, 통화가치의 차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언급하고 있지 않다. 또, 국가무역의 투명성 확보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한편, 민간회사에 의한 과점의 나쁜 영향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지 않다"고 미국 제안의 단순함을 지적하고 있다.
또, 비교적 풍부한
국내보조와 관세할당제도(TRQ)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는 전국우유생산자연맹(NMPF)은 ①수출보조금의 철폐를 전제로 시장접근 확대와 국내보조
감축을 행한다는 이번 제안의 전략적인 접근방식에 대해 지지한다. 즉, 각국의 수출보조금이 철폐되지 않으면 자국의 낙농상품이 불리하게 취급되는
관세나 국내보조 감축에 응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이번 제안에 대해 지지를 보내면서도, ②수입이 급증하는 경우에 대처하기 위한 메커니즘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하고, 현행 특별세이프가드(SSG)를 대체하는 보다 실효성이 있는 조치를 제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중적인 성명도 내고 있다.
대체로 전국농민연맹
이외는 미국 제안의 지지를 주장하거나 또는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지지를 주장하는 단체도 외국의 시장접근 및 보호감축을 전제조건으로 미국의
시장접근 및 보호 감축을 인정한다는 '팩키지'라는 점이 강조되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4. 향후 전망
미국의 WTO
농업모델리티 제안서는 수출보조금과 국영수출공사 폐지, 허용대상보조를 제외한 국내보조금 감축, 허용대상정책의 요건강화, 관세 인하 등 광범위하게
포함하면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목표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조금 감축과
관세인하 제안 범위가 크고 비교역적 관심사항에 대한 고려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EU, 일본, 농산물수입국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그러나
케언즈그룹 등 농산물수출국의 지지를 바탕으로 향후 협상을 주도해 나가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앞으로 미국은 9월초부터
농업모델리티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관세인하 및 보조금 감축방식 등에 약간의 이견을 보이고 있는 일부 케언즈 국가들과 의견절충을 적극
도모하면서 시장개방을 강도 높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개도국 우대문제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는 한 농산물 수입국들의 반발로 인해 시장개방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번 농업제안에서
볼 수 있는 미국의 '팩키지' 전략에 대해서는 충분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난 5월 제정된 2002년 농업법에서 국내보조를 대폭 증액하여
협상여건이 불리한 입장에 있는 미국이 앞에서 언급한 팩키지 전략으로 협상상대국의 무역장벽에 대하여 압박을 가하면서, 동시에 국내 농업단체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협상 구도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제안한 내용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이나 내년 3월 말로 예정되어 있는 농업모델리티협상에 크게 영향을 끼칠 것임에는 분명하다. 만약 농업모델리티가 합의된다면
농업분야의 협상은 7-8할 가량은 끝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김태곤
taegon@krei.re.kr 02-3299-4241 농정연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