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농업모델리티 협상동향 (4)

저자
김태곤
출판년도
2002-12-10
목차
농업모델리티협상은 지난
11월 18-22일의 농업위원회 특별회의가 끝남에 따라 일단 반환점을 통과하였다고 할 수 있다. 남은 것은 12월 18일까지 농업위원회 의장이
그동안 각국이 제시한 제안서와 협상과정에서의 쟁점을 종합, 정리한 문서(overview paper)를 남겨놓고 있다. 이 문서에 얼마나 자국에
유리한 내용을 포함시키느냐가 농업협상의 1차적인 성패의 갈림길이다.
농업부문에 대한
시장개방의 세부원칙이라 불리는 '모델리티(modality)'가 결정되면 WTO 농업협상은 8할 정도는 끝났다고 할 수 있다. 그 이후는 모델리티
원칙에 따라 품목별로 이행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으로서 이것은 기술적이면서 오히려 국내문제에 귀결되는 면도 있다. 농업모델리티협상의 경과, 구도,
쟁점 등 협상동향을 정리한다.
1. 협상 경과
모델리티협상은 지난 3월
3단계 농업협상계획을 결정한 이후 6월부터 11월까지 수출경쟁, 시장접근, 국내보조 등 분야별 협상과 추가적 검토사항 등을 거침으로써 일단락된
셈이다.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우선 12월 18일까지 농업위원회 의장이 각국이 제출한 제안서와 그동안의 주장을 종합한 문서를 작성하고, 이를
근거로 하여 내년 1월(22-24일) 모델리티 초안을 작성한다. 이 초안을 2월(24-28일)에 검토를 거쳐 3월말에 결정하게
된다.
농업모델리티협상이 전개되면서
미국은 7월 25일 대폭적인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추가적인 농업협상제안서를 제출하였다. 그리고 농산물의 수출국과 수입국의 양면성을 가지면서
개도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중국이 지난 9월 2일 WTO 가입이후 처음으로 제안서를 제출하였다. 미국의 입장과 유사한 케언즈그룹은 전체 18개국
중 14개국이 참가하는 제안서를 9월 6일 제출하였다. 한편, 수입국의 입장에서 다양한 농업의 공존을 주장하고 있는 일본은 11월 18일
모델리티협상용 제안서를 제출하였다. 일본은 다원적 기능의 중시, 농업보호를 강화하기 위하여 점진적이고 유연한 개방, 쌀 MMA 감축, 새로운
세이프가드 신설 등을 제안하였다.
2. 협상의 구도와
쟁점
2.1. 협상 구도
UR 협상은 선진국
주도로 진행되었다. 즉 미국, EU, 일본 등 소수의 국가가 협상을 주도하였다. 이들 3개국의 AMS 합계액이 전체 가맹국 AMS의 8할을
차지할 정도로 농업보호 수준도 높다. 또, WTO 체제에서 세계 농산물무역은 소수의 선진국이 다수의 개도국으로 수출하는 구도가 정착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과 관련하여 1999년의 시에틀 각료회의 이후 개도국의 불만이 작용하여 선언문 채택이 실패로 끝난 경험도 있다. 그러나 DDA 협상은
중국이 참가하고, 개도국 그룹의 영향력이 높아진 결과로 개도국그룹이 협상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협상과정에서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요국가 또는 그룹을 보면 대폭적인 시장개방과 보호감축을 주장하는 ①미국 및 케언즈 그룹, 농업이 가지는 다원적
기능을 중시하는 ②EU와 ③일본, 그리고 개도국의 특별하고 차별적인 취급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④중국 및 개도국 그룹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도하각료선언문에는
개도국에 대해서는 특별하고 차별적인 대우를 하도록 근거를 남겨두었다. 그래서 향후 협상전개에서 결정권은 개도국이 쥐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개도국의 리더로서, 또 수출국과 수입국의 양면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향후 협상은 개도국에 어떠한
배려를 해야 할 것인가, 협상전략상 개도국그룹 또는 중국 등과 어떠한 점에 대하여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가 대단히 중요한 과제이다.
2.2. 분야별 쟁점
2.2.1.
시장접근분야
농업협상은 시장접근,
국내보조, 수출경쟁 등 크게 3분야로 구분하여 진행되고있다. 시장접근분야에서는 ①관세감축과 그 방식, ②시장접근물량, ③특별세이프가드(SSG)
등이 중요한 협상과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먼저, 관세인하에 관한
논의는 스위스방식(swiss formula)을 주장하는 미국, 케언즈그룹, 개도국과 UR방식을 주장하는 EU, 일본이 대립하는 형태이다.
스위스방식이란 도쿄라운드(1973-79)에서 공산품 관세인하에 대해 스위스가 제안하여 채택된 급격한 관세인하방식이다. 미국이나 케언즈그룹의
제안은 스위스방식으로 하되, 모든 관세율은 25% 미만으로 감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예를 들면 현행세율이 10%인 경우는
7.1%, 100%인 경우는 20.0%, 1000%면 24.4%로 인하해야 할 정도로 급격히 감축해야 한다. 케언즈그룹은 개도국에 대해서는 보다
유연한 감축을 제안하고 있어 대부분의 개도국이 이 방식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또, 스위스방식을
적용하는 전제로서 케언즈그룹은 모든 종량세와 복합세를 종가세로 이행을 주장하고 있으며, 미국은 복합세를 종가세나 종량세를 전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UR방식은
전체품목 평균인하율과 품목별 최저인하율을 설정하고, 매년 균등하게 감축하는 방식이다. UR 협상에서는 선진국의 경우 6년간 평균 36%,
품목별로는 최저 15% 감축하되, 매년 균등하게 감축하도록 약속한 바 있다. 이 방식은 전체적으로 평균인하율을 만족하면, 각 품목은 최저인하율만
내리면 된다. 때문에 이 방식은 비교역적 관심사항을 고려하여 품목마다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시장접근물량
또는 MMA 물량에 대해서는 확대, 유지, 감축 등 3가지로 나누어지고 있다. 미국은 현행물량을 20% 확대, 케언즈그룹은 선진국만 현행물량에
소비량의 20%를 증액할 것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일본은 비교역적
관심사항을 고려하여 품목마다 유연성을 확보하여 적절히 결정, 국내소비량의 변화를 고려한 접근물량 재검토, 가중된 접근물량의 해소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 대만, 이스라엘 등의 지지는 얻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1999년 4월에 쌀 관세화를 단행하였다. 그 결과 쌀
MMA는 8.0%(85.2만톤)에서 7.2%(76.7만톤)로 감소하였으나 이것을 5%(53.2만톤)로 낮추고, 더욱이 소비기준년도를
1986-88년에서 1998-2000년으로 변경하면 소비량이 8%나 감소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협상에 반영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특별세이프가드(SSG)에
대해서는 UR협상에서 관세화로 이행했을 때의 경과적 조치라 하여, 미국과 케언즈그룹을 중심으로 철폐를 주장하는 국가가 많다. 개도국도 선진국에
한하여 SSG를 폐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일본, EU, 한국 등은 SSG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계절성이 있어 부패하기
쉬운 특성이 있는 농산물에 대한 새로운 세이프가드 도입을 제안한 바 있으나 이에 동조하는 나라는 한정되어 있다. 일부 개도국은 개도국에게만
SSG를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2.2.
국내보조
국내보조분야에서는
①감축대상정책(amber box), ②생산제한 직접지불(blue box), ③허용대상정책(green box) 등이 주요
협상과제이다.
보조총액측정치(AMS)는
일본, EU, 미국에서 세계의 약 90%를 사용하고 있어, 이 3개국 이외의 국가에서는 AMS 철폐 또는 대폭 감축은 당연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철폐를 포함한 AMS의 대폭 감축(5년간 농업생산액의 5%까지, 그 후는 협상결과에 결정된 기간에 0%까지 감축)을 제안하고있다. 케언즈그룹은
감축대상정책에 대하여 선진국은 5년내, 개도국 9년내에 철폐를 제안하였다.
이에 대해 일본과 EU
등의 국가는 2000년 약속규정으로부터 감축하되, 통합 AMS에 의한 UR방식의 감축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감축방식이 품목마다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어 비교역적 관심사항이 반영된다는 것이다.
또한,
최소허용보조정책(de-minimis)에 대해서는 이 정책을 많이 활용하고 있는 미국을 비롯하여 일본과 캐나다 등은 유지, EU는
선진국만 대폭 감축, 그리고 캐나다를 제외한 케언즈그룹과 일부 개도국은 선진국은 철폐, 개도국은 유지 등으로 대립되고 있다.
생산제한
직접지불(blue box)은 현재 EU(소득보상직불제), 일본(도작경영안정대책), 노르웨이 등에서 실시되고 있다. 이에 대하여 미국과
케언즈그룹은 이 정책은 UR 협정에서 경과적 조치이며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고, 개도국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일본, EU 등은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EU는 2002년 7월에 발표한 공동농업정책(CAP)의 중간보고에서 생산제한 직접지불을 허용대상정책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허용대상정책(green
box)에 대해서는 케언즈그룹, 대부분의 개도국은 허용대상정책도 액수가 커지면 무역을 왜곡한다고 하여 상한액 설정, 일부 허용대상정책(수입보험
등)의 감축, 기한설정, 요건 강화 등 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허용대상정책을 다수 도입하고 있는 일본, EU, 미국 등은
정책기본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2.3.
수출경쟁
수출경쟁분야에서는
수출보조금, 수출신용, 식량원조, 수출국영무역 등이 주요 협상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먼저, 수출보조금에 대해서는 수출보조금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
EU에 대하여 미국, 케언즈그룹, 개도국그룹 등이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일본은
시장접근, 국내보조, 수출경쟁 등 3분야간 균형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EU와 연계하여, 수출보조금 뿐 아니라 수출신용 등의 규율강화를 도모하는
동시에, 특히 미국이 활용하고 있는 수출보조금 성격의 국내보조에 대해서도 수출보조금과 마찬가지로 감축대상으로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 미국이 주로
사용하고 있는 수출신용에 대해서는 EU, 일본, 케언즈그룹도 감축이나 규율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통보의무 강화 등의 논의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하고 있으나 수출신용의 감축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3. 요약
농업모델리티협상에서 미국과 케언즈그룹 등 농산물 수출국들은 획기적인 관세인하 및 시장접근물량 확대
등 급진적 목표를 제시한 반면에 EU, 일본, 한국 등 NTC 국가는 점진적인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또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그룹은 선진국에
대해서는 급진적인 개방을 요구하는 한편, 개도국에 대해서는 특별하고 차별적인 대우를 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은 5년간 관세를
전체 품목 모두 25% 이하로 인하하고, 그 후 일정한 기간을 정하여 제로로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시장접근물량은 5년간 20% 확대,
생산제한 직접지불 폐지, AMS는 5년간 농업생산액의 5% 수준으로 감축하는 등 급격한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제안은 미국이
2002년 농업법에 의해 국내보조를 대폭 증액하고 있는 상황에서 EU를 상대로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가 크게 작용한 결과이다.
케언즈그룹은 미국과
비슷하게 급격한 자유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시장접근물량에 대해서는 5년간 소비량의 20%를 증액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EU,
일본, 한국 등 소위 NTC 국가들은 식량안보, 다원적 기능 등 비교역적 관심사항(NTC)을 배려하여 점진적인 보호감축으로 대항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자국의
입장을 감안하여 공세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선진국의 고율관세 대폭 감축, 무역왜곡적 국내보조 및 수출보조 철폐를 제안하는 등 공세적
입장이다. 즉 수출보조금, 감축대상보조, 생산제한 직접지불은 3년내 철폐, 허용대상보조는 규율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2001년
12월 WTO 가입협상 당시 대폭적인 관세감축과 최소허용보조(de-minimis) 수준 이상의 국내보조와 수출보조를 지급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이번 협상에서 관세와 보조금의 대폭적인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WTO 체제에서
농산물무역은 소수의 선진국에서 다수의 개도국 등으로 수출이 증가하는 경향이 정착되고 있다. 시장개방의 확대는 이러한 경향을 더욱 촉진하게 될
것이다. 수입국의 경우는 농업생산이 축소됨에 따라 식량안보를 위협받는 동시에 농업이 가지는 다원적 기능도 축소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개관적으로
인식하여 다원적 기능이 적절하게 발휘될 수 있도록 국내농정을 확립하고, 시장개방과 보호감축을 점진적으로 실현해 갈 수 있는 협상결과를 남기는
것이 남은 기간의 과제이다.
(김태곤
taegon@krei.re.kr 02-3299-4241 농정연구센터)
주: WTO 농업모델리티 협상경과 및 향후일정(표 1), 주요국가의 AMS 감축실적(표 2),
농업모델리티협상에서 주요국가의 주장(표 3)은 원문참조
발행처
KREI
발간물 유형
KREI 논문
URI
http://repository.krei.re.kr/handle/2018.oak/17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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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간행물 > 세계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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