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농정의 새로운 방향과 딜레마

저자
김태곤
출판년도
2003-03-10
목차
매년 2월이면 미국농업부(USDA)가 주최하는 농업전망대회(Agricultural Outlook Forum)가 워싱턴에서 개최된다. 이틀간에 걸친 2003년도대회에서는 전체회의와 분과회의에서 미국 국내농업정책, 농업관련정책, 그리고 세계의 농업사정에 대한 연구성과가 발표되었다. 그밖에도 WTO농업협상에서의 각국 입장, EU 확대에 따른 농업사정 변화 등 중요 과제에 관한 전문가들의 발표도 있었다.이번 전망대회는 주제만보아도 농촌개발, 식생활, 식품안전성, 생명공학, 환경보전, 해외경쟁, 그리고 농업프로그램과 그 실태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흥미로운 것은 식량안보나농촌사회보전 등 비교역적 관심사항이 당당하게 주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수출국간 경쟁분야에서는 당연히 현실적인 분석, 즉 미국과 케언즈그룹이 주장하는 대로 각국의 농업보호를 철폐하게 되면, 미국이라 해도 많은 분야에서 수출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것이 미국 농업부의 견해로제시되어 있다.DDA 협상이 막바지를향해 가는 가운데 대외용 미국 정부의 목소리는 점점 커질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WTO 농업협상에서 주장하고 있는 내용과 국내에서 하는 행동이나앞으로 강구하고자 하는 시책 등을 비교하면 일관성이 없는 점이 노출되고 있다. 이번 전망대회를 통해서 미국 농업정책의 딜레마에 주목해 본다.1. 21세기 미국농업의방향성이번 전망의 주제는'21세기의 경쟁'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4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베네만 농업부 장관의 기조연설에서 제시된 주요내용을 소개한다.1.1. 농업분야 전반에 걸친 첨던기술활용21세기 경쟁환경에서성공하기 위해서는 생산자는 유전자조작(GM) 종자, 최신 농업기계, 컴퓨터 활용에 대하여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며, 미국 농업부는 이를 지원하는프로그램을 제공해 갈 것이다.또한 옥수수를 에탄올연료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많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래서 부시 대통령의 에너지정책과 함께 향후에도 성장이 기대된다.환경정책으로서 습지대유지와 촉진프로그램에 협조함으로서 생산자는 소득향상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에너지부와 협력하여 농업과 산림의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산정방식을 확립하여, 이것을 이산화탄소배출업자와 교환하는 것을 통한 이익 창출에도 공헌하고자 한다. 또한 대통령이 발표한 대기정화 프로그램도생산자와 환경 양자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한편 생명공학을 구사하여비식료분야를 포함한 새로운 작물과 축산물도 생산자의 이익향상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러나 유의할 것은 이러한 과학기술이 안전성 규제를 벗어나독주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점은 실제로 생명공학을 활용하기 시작하는 의약품과 공산품 분야에서는 특히 중요하다.1.2. 식품안전성의개선식품안전성에 대해서는광우병(BSE) 발생을 계기로 쇠고기 수입량(미국으로부터의 수출량 포함)이 감소한 일본의 사례를 들면서 "식량은 안전하고 영양학적으로도 뛰어난것이 소비자에게 선호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그리고 특히 강조하고있는 것이 식량에 관한 바이오 테러의 가능성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을 안전하게 확립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어렵지만 장기적인 과제로서해결해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1.3. 생산자 위기관리의향상21세기 미국 농업이성공할 수 있는 요인으로서는 시장을 기반으로 한 충실한 위기관리의 확충을 들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작물보험의 보급과 확대를 강조하고있다.1.4. 무역과 개발을 통한 세계시장확대21세기 미국 농업의성공요인으로서 마지막으로 들고 있는 것이 미국 농산물의 수출 확대를 위해 지속적인 해외시장 개방과 세계경제 개발에 주력하는것이다.구체적인 방안으로 들고있는 것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다. 최근 10년간 NAFTA내의 무역량은 76%나 성장하였으나 그 이외 지역과의 무역량은 12% 증가에그쳤다는 실태가 소개되었다. NAFTA를 모체로 하여 미주자유무역지역(FTAA)로 발전시키는 것이 다음 전략이라고 한다.둘째로 제시하고 있는것이 WTO 농업협상이다. "금년은 포괄적인 무역협상의 의제를 전진시키는데 특히 중요한 해이다. 왜냐하면 세계 각국이 관세나 보호 감축을 통해무역개혁을 하는 세부원칙(Modality)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또, "이들 과제가중요한 것은 미국 농산물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동시에 개도국을 협정의 파트너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역은 단순히 협정품목의무역량으로 볼 것이 아니라, 무역에 따른 진짜 이익, 즉 경제발전과 소비자 소득향상을 촉진하여, 그에 따른 식료, 농산물의 소비확대로 연계되어야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WTO와 양자간 협상에서 리더쉽을 발휘할 뿐 아니라, 개도국의 역량을 강화시킴으로써 과제 실현을 지향한다"고 강조하고있다.상기 4개 항목을통해서는 미국 농업부가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 잘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것을 미국 농업부가 제시하고 있는 통계자료와 대조하여 생각해 보면미국이 의도하는 바가 선명하게 나타난다.2. 21세기 미국 농업의경쟁력전망대회에서 미국농업부는 2012년까지 미국 및 세계 각국의 농업생산 및 무역에 관한 장기예측도 함께 발표하고 있다. 참고로 이 장기예측에서는 2002년농업법의 틀이 2012년까지 계속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이 예측에 의하면 세계곡물생산은 향후 순조롭게 증가세를 이어나가 2012년에는 현재보다 20~30% 정도 증가한다. 세계 곡물수입량, 수출량도 이와 같은 경향을보인다. 이들의 증가요인은 주로 개도국의 수요증가에 있다. 즉 개도국의 경제발전과 그에 따른 식생활 향상에 강한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가운데 미국농업의 경쟁력에 대해 살펴보면, 예를 들어 대두 수출시장에서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데 대해, 미국에서는 거의 증가가기대되지 않는 상황이다. 또한 미국 농산물 전체의 수출전망에 대해서는 곡물 등은 거의 증가를 예상할 수 없는 데 대해, 가공 곡물과 곡물유지,축산물, 과일, 채소 등 고부가가치 농산물의 수출은 대폭적인 증가를 전망하고 있다.이 점에 대해 다시 한번생각하면 현재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 곡물에 대해서는 향후 경쟁력 향상을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에 고부가가치 농업생산물시장의확대를 통해서 활로를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3. 미국 농정에서 4대 시책의의미3.1. 농업분야 전반에 걸친 기술활용확대미국내의 농지확대와수송인프라장비 분야에서 생산성 향상의 여지는 그다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이러한 조건만을 본다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호주 등 농업생산 대국에비해 미국의 경쟁력은 저하될 것이다. 미국 농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수단은 국내보조금 증대를 제외한다면 생명공학 등의 기술을 구사하는 수밖에없을지도 모른다.또한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저하에 대한 대책으로서 국내에서의 에탄올이라는 새로운 독점시장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아무리 환경을 파괴하더라도 농업생산 대국에 대한 경쟁력이개선되지 않는다면, 역으로 환경보호정책과의 공생을 도모함으로써 농업소득 향상을 이루는 것이 중요한 대안으로 등장한다. 또 에너지정책이라는명목으로 새로운 소득향상방안이라는 의미도 있다. 한편 생명공학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우려도 결코 무시할 수 없으므로 불안감을 주지 않도록 철저한규제를 강구하고 있다.3.2. 식품안전성개선미국 농업부는 식품의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이 실제로 구매 패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GM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에 대해서는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생명공학 없이 향후 미국 농업의 경쟁력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는 딜레마가 엿보인다.3.3. 생산자의 위기관리향상농산물시장의 불안정에대응하여 생산자의 소득보상에 대해서는 향후 작물보험의 확충이 관건이라고 한다.3.4. 무역과 개발을 통한 세계시장확대농산물에 대한 선진국의관세 감축과 시장접근기회 확대를 추진해도 미국 농업에 대한 이득은 적다. 그보다 개도국의 경제를 지원하여 전체 구매력을 향상시키고, 그리고고부가가치 농산물을 판매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미국 농업에 대한 이득이 크다는 인식이다.4. WTO 협상에 대한 미국의입장WTO 농업협상에 대한미국 정부의 입장은 일관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대외적으로 보호 철폐 또는 대폭 감축을 주장하는 한편, 국내에서는 막대한보호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또한 만약 보호 철폐나대폭적인 감축이 실현되어도 지금의 미국 농업의 중심이 되고 있는 곡물에 대해서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호주 등 경쟁력 높은 나라에 대항하는 것은지극히 어려운 일이다.대안 중의 하나인생명공학에 대해서도 EU에서의 반응에서 알 수 있듯이 소비자의 불안이라는 지뢰를 안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미국내에서도 국내보호의 철폐나 대폭감축에 대해서는 의회의 동향을 감안한다면 현재로서는 실현가능성이 매우 낮은 편이다.미국 정부가 안고 있는딜레마를 상징하는 논쟁이 이번 전망대회에서 베네만 농업부 장관과 브라질의 컨설턴트간에 전개되었다."베네만 장관, 나는브라질 사람으로서 미주자유무역지대의 실현에 강한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런데 2001년 미국의 농업보조액은 950억 달러였지만, 브라질에서는 5억달러에 불과하였다. 자유무역협정의 자유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베네만 장관의 답변은"분명히 자유무역협정에서 국내보조문제가 논의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다. 미국은 국내보조에 대해서는 국제적 합의, 즉 WTO에서논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왜냐하면 일방적으로 국내보조를 줄이면 EU나 일본 등의 나라들에 대해서 미국 생산자는 더욱 불리한 조건에처한다. 때문에 WTO 무역협상에서 세계 전체의 보호감축을 추진해 갈 필요가 있다."이것은 미주자유무역지대에대한 협상은 추진하기는 하지만, WTO가 진전되지 않는 한 국내보조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이 점에 관해서는비공식적이긴 하나 흥미로운 정보가 있다. 미국의 한 농업전문가는 미국의 대두경쟁력에 대해서 "미국은 10%의 생산자가 75%의 대두를 생산하고있고 잠재적으로는 경쟁력은 있다. 그러나 남은 90%의 생산자를 외면하는 것에 대해 의회는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미국은 경쟁력을발휘할 수 없다"라고 언급하였다.또한, WTO농업협상에서 EU와 일본 등에게 어떠한 양보라도 하게 된다면 의회는 그것을 승인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농업분야에서 어떠한 양보를 하더라도 의회는결코 승인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협상분야에서 상당한 양보를 받아내야만 비로소 의회는 패키지로 WTO 협상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다"라는 명쾌한답변을 하였다.이러한 발언은 어디까지나한 명의 농업전문가의 사견에 지나지 않지만, 많은 딜레마를 안고있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엿볼 수 있는 점이다.자료:http://www.zenchu-ja.org/wtonougyo.htm에서(김태곤taegon@krei.re.kr 02-3299-4241 농정연구센터)
발행처
KREI
발간물 유형
KREI 논문
URI
http://repository.krei.re.kr/handle/2018.oak/17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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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간행물 > 세계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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