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공동농업정책 개혁의 합의배경

저자
김태곤
출판년도
2003-07-22
목차
2002년 7월 이후
논란을 거듭하던 EU 공동농업정책(CAP) 개혁안이 지난 6월 26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EU 농업각료이사회에서 합의되었다. 이날 아침 7시부터
시작된 농업각료이사회는 16시간 이상 쉬지 않고 협의가 계속되었다. 1년간에 걸친 CAP 개혁에 합의한 각국 농업부 장관들은 샴페인을 터뜨리며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였다.
새로운 시대의
개막
CAP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온 EU 피슐러 집행위원(농업·농촌개발·어업담당)은 "오늘은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날이다. EU 농정은 근본적으로 변화하여, EU
농산물은 앞으로 더욱 경쟁력을 갖게 되며, 농정은 더욱 강력해지고, 보다 무역에 유리하고, 보다 소비자를 위한 것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피슐러는 "농업인의
수입은 한층 안정되고, 농업인은 시장 수요에 따른 농산물을 자유롭게 생산할 수 있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는 사회적으로 분명히 인지될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와 납세자는 더욱 혜택을 많이 받게 되며, 보다 투명하고 품질 좋은, 그리고 환경보호와 동물애호를 고려하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도 동시에 언급하고 있다. 이번 CAP 개혁의 내용은 "무역을 왜곡하는 농업정책과의 결별이며, 무역을 왜곡시키지 않으면서 개도국에 대해서는
효과적이고 새로운 정책으로의 변경이다. 금년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릴 예정인 WTO 각료회의를 앞두고 EU 입장은 공세로 돌아설 것이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EU가 스스로 현안사항을 처리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다른 가맹국들이 행동해야 한다. 예를 들면, EU와 달리 미국은 종래의
국내보조제도를 부활시켜, 무역왜곡적 농업보조금을 늘렸다. 설교만 늘어놓고 실천을 하지 않는다면 따돌림을 받게 된다"면서, 피슐러 위원은 미국을
거명하여 비난을 가하면서 인사를 마무리했다.
난항 겪은 EU
농업각료이사회
이번에 EU가 합의한
CAP 개혁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케언즈 그룹 등이 어떻게 평가하고, 나아가 DDA 협상에서 EU가 어떤 입장을 보이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향후 추이를 지켜보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CAP 개혁이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난항을 겪은 것은 사실이다.
지난 6월 11일부터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EU 농업각료이사회는 농업보조금 지불을 생산에서 분리하는 이른바 디커플링과 감축되는 보조금을 농촌개발에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CAP 개혁안에 대해 지속적인 협의를 해왔다. 그러나 가맹국간의 의견 차이가 컸다. 6월 18일부터 19일 새벽에 걸쳐 최종타협을 이끌어
내기 위하여 피슐러 집행위원은 수정안을 제시하였으나 여전히 타결되지 않았다.
CAP 수정안은 같은
날인 6월 19일 그리스에서 개최된 EU 정상회의 석상에서 프랑스의 시라크 대통령이 의장국 그리스의 시미티스 총리에게 CAP 개혁안에 타협은
불가능하다고 명확히 반대의사를 표명, 협상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결렬되었다. EU 의장국인 그리스는 6월 25일부터 룩셈부르크에서
농업각료이사회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수정안에 대해 EU에서도 농업예산의 최대 수혜국인 프랑스를 비롯한 스페인 등이 강하게 반발하는 데다 그리스는
6월말로 반년간의 의장국 임기를 마치고 7월부터는 의장국이 이탈리아로 바뀌기 때문에 협상타결은 더욱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하여 합의에 도달한 것이다.
또한 이번에 포르투갈은
EU 15개 가맹국 중 유일하게 대서양에 있는 아조레스열도에 대한 우유생산할당내용에 불복한다며 이미 합의된 CAP 개혁안에 반대하였다.
CAP 개혁의
과정
한편, 유럽에서는
1960년에 공동농업정책(CAP)이 도입되었다. 이 정책은 농가에게 합리적인 생활수준을 약속하는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의 식품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중규모·대규모 농가에게는 생산에 관계없이 개입가격으로 농산물 매입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과잉생산을 초래하는
동시에, 영세농가는 보조금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그 결과 CAP은 EU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 후 1990년대
후반, 동아시아 경제위기와 러시아 경제혼란으로 EU의 농산물수출이 큰 타격을 입었고, 영국에서 발생한 광우병(BSE)과 구제역 등으로 재정
지원이 발생하였다. 그리고 EU의 동방확대라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2004년 5월에는
동유럽 10개국이 신규 가입하여 EU는 현재의 15개국 체제에서 25개국 체제가 된다. 신규가맹국으로는 농업대국인 폴란드를 비롯한 많은 농업국이
가입하기 때문에 한정된 CAP 예산으로 개혁의 구체적인 내용과 배분에 대해 조정이 필요하게 되었다.
EU는 가맹국 확대를
감안하여 1992년부터 시작한 CAP 개혁과정을 더욱 적극 추진하여, 1999년에 CAP 재정지출억제 등을 목표로 한 '아젠다 2000'을
발표하였다. 2000-06년간의 재정규모와 정책방향을 제시한 '아젠다 2000'은 EU의 WTO 농업모델리티 제안의 기초가 되어, 2003년
1월에는 EU 제안이 WTO에 제출되었다.
EU는 피슐러
위원이 추진하는 CAP 개혁안으로 조속히 농업보조금 감축을 실현하기 위해, ①농업생산과 분리한 농가에 대한 단일직불에 의한 수입안정화,
②직접지불의 대가로 환경보전, 식품안전, 동물복지, 노동안전 등에 관한 법령준수와 농지유지관리(cross-compliance), ③새로운
품질환경보호를 포함한 농촌지원을 골자로 하는 농촌개발정책 확충, ④대규모 농가에 대한 직불의 단계적 인하(modulation)와 이에 의한
농촌개발과 추가적 개혁을 위한 자금 확충, ⑤CAP 시장정책의 구체적인 개선(곡물, 쇠고기, 우유·유제품 등)을 중점내용으로 하고있다.
또한, EU 전체예산에
차지하는 농업예산은 2003년 현재 약 47%(1999년 실적치 406억 유로)에 달하며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그리고 2004년 EU 방확대를
앞두고 CAP 개혁을 조기에 종료하고, DDA 농업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려는 EU 당국과 EU 가맹국에서도 현재의 CAP 개혁은 너무
성급하다고 강하게 반발하는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과의 타협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DDA 농업협상
가동
이번 EU
농업각료이사회에서 CAP 개혁 합의 전날인 6월 25일, 워싱턴에서 EU·미국간 정상회의가 열렸다. EU 프로디 집행위원장과 미국 부시
대통령간에 DDA 협상문제에 대해 논의된 사실이 보도되었다. 특히 농업분야에서는 EU가 미국산 유전자변형농작물(GMO)의 수입을 규제하여
양국간에 심각한 마찰을 빚고 있는 등 무역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
정상은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WTO 각료회의을 앞두고 "칸쿤 회의의 성공이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DDA는 기한내 합의를 위해
협력할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되었다.
다음날인 6월 26일
EU의 라미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워싱턴에서 회담이 끝난 후 연설에서 "이제 EU는 DDA 협상을 추진해 나가기 위한 새로운 신뢰성 있는 기준을
갖게 되었다"며, 2인 3각으로 CAP 개혁을 추진해 온 동지 피슐러 위원의 협상에 대한 강인한 끈기를 치하하였다. EU는 이미 금년 2월
시점에서 무역왜곡적인 국내보조를 55% 감축할 것을 제안하였다. 미국은 협상 테이블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개도국에 대한 제안과
국내보조를 포함한 보조금 처리문제이다. 미국의 2002년 농업법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2004년 말까지의 합의기한을 준수하기 위해
미국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 향후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자료:http://www.zenchu-ja.org/wtonougyo.htm에서
(김태곤
taegon@krei.re.kr 02-3299-4241 농정연구센터)
발행처
KREI
발간물 유형
KREI 논문
URI
http://repository.krei.re.kr/handle/2018.oak/17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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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간행물 > 세계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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