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 농업협상, 칸쿤각료회의 결렬이후 동향

저자
김태곤
출판년도
2003-11-06
목차
칸쿤 각료회의가 결렬된
이후 로버트 죌릭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국은 의욕이 없는 나라들과의 협상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의욕이 있는 지역과 자유무역을
위한 협상을 착실히 진행시켜 갈 것이다"라는 뜻을 표명하였다. EU도 칸쿤회의에서 계속 강경자세를 보인 나라들을 비판하면서, DDA 협상체제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양국 모두 칸쿤회의의 감정적 앙금이 남아 있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다.
10월 들어 WTO
일반이사회의 카스티요 의장이 중심이 되어 미국과 EU 등 주요국과 개발회담을 정력적으로 추진하고, 10월 14일 제네바에서 열린 각국의 비공식
대표회의에서 12월 15일 이전에 모델리티에 대해 합의하기 위한 조정작업을 벌일 것이라고 표명하였다. 칸쿤 각료회의 결렬이후 교섭재개를 위한
최근 동향을 소개하고, 또 DDA 협상에 임하는 미국 정부의 자세에 대해 살펴본다.
1. 칸쿤 각료회의 결렬이후
동향
1.1. 죌릭 미무역대표부
대표
죌릭 무역대표는 칸쿤
각료회의 폐막 약 1주일 후인 9월 22일 파이낸셜 타임즈에 '미국은 의욕 없는 나라들을 기다리지 않는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기고하였다.
기사에서는 칸쿤회의 결렬의 원인을 오로지 경제적 실리보다 정치적 항의를 하려는 개도국 그룹의 지나친 행동으로 결론지으며, 특히 그런 그룹의
중심적 역할을 한 브라질과 인도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였다. 한편 죌릭 대표는 미국 면화프로그램의 국내보조금 철폐문제와 함께, 이제까지 덤핑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국가들에 대한 보상을 요청받은데 대하여 "그러한 보호를 일방적으로 해제하는 것은 WTO 협상역사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WTO가
'무역협상의 장'에서 '항의를 위한 정치포럼'으로 변질된 점에 대해 "미국은 실질적인 무역협상을 원치 않는 국가들을 기다리지 않는다. 의욕이
있는 나라들과 착실히 자유무역 실현을 위해 전진해 갈 것"이라고 말하고, WTO 보다 양자간 혹은 지역별로 추진하는 FTA를 중시하는 듯한
자세를 보였다.
1.2. 파스칼 라미 EU 무역담당
집행위원
죌릭 무역대표부 대표의
기사가 실린 다음 날인 23일 EU의 라미 무역담당 집행위원이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를 하였다. 라미 위원은 칸쿤회의 결렬의 원인은 협상에
임했던 모든 나라에게 있다고 하면서, EU가 이제까지 보호수준을 낮춰 왔고, 칸쿤 각료회의에서 3차안 합의에 근접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브라질과
인도의 과도한 요구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현행 WTO 체제를 신석기시대에 비유하며 비판, 협상을 실질적으로 진행시키기
위해 다른 방법을 모색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1.3. 브라질의 외무장관
미국과 EU가 브라질을
거명하며 비난해 왔지만, 9월 25일 브라질의 셀소 아모림 외무부 장관이 월지에 기고를 통해 브라질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주장을 폈다. 아모림
장관은 회의가 결렬된 것은 유감이라고 하면서도 칸쿤은 도하 위임사항(mandate)을 희석시키려 한 무역대국의 의도를 꺾고, 개도국의 발언력을
높이려는 뜻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하였다.
희석된 합의와 결렬 중
어느 쪽이 좋은가에 대해서는 "(미국과 EU라는) 2대 보조금 국가가 아주 미미한 보조금 감축을 약속하고, 또한 새로운 허용보조(Blue
box) 정책으로 미국의 보조프로그램을 정당화시켜 무역의 역행을 허용하는 합의가 되었고, 또한 이를 수정하기 위해 다음 기회까지 15년 내지는
18년이나 기다려야 한다면 개도국의 발언력이 증대된 현시점에서 합의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하는 강경한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거꾸로 "현재
브라질이 주장하는 70~80%는 아주 최근까지 미국이 주장해 온 내용과 똑같다"며 미국의 태도돌변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2. 카스티요 WTO 일반이사회 의장의
동향
미국과 EU는 DDA
협상재개에 대하여 거의 열의를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미국은 WTO보다 FTA를 중시하고, EU는 WTO 협상체제 자체에 대한 개혁을 주장하는
등 사태는 더욱더 혼란을 더해가고 있다는 것이 9월까지의 동향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양국과 대치하는
그룹의 대표인 브라질은 협상결렬의 장본인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강경한 자세를 고수하는 가운데, 실제로 제네바에서의 협상재개가 불투명한
상태이고, 당장 잡혀 있던 농업협상위원회도 모두 취소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가운데에서도 10월 들어 WTO의 카스티요 의장을 중심으로 협상을 재개하려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구체적으로는 카스티요 의장이 10월 7일 죌릭
무역대표와의 개별회담에 이어, 그 다음 주에는 EU의 라미 위원과 면담을 가졌다. 그 가운데 양국 모두 DDA 협상재개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협상재개를 저지하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는 언질을 받아냈다고 전해졌다.
그 후 10월 14일에는
제네바에서 각국의 비공식대표회의를 연 자리에서 카스티요 의장은 이제까지 주요 각국과 접촉해 왔는데, 거의 모든 회원국이 협상진전을 요구해 온
것이 밝혀져 이를 바탕으로 ①향후 다양한 형태로 협상을 할 것, ②향후 협상은 농업, 면화, 비농산물 시장접근, 싱가폴 이슈를 우선시하고, 그
가운데에서도 우선 농업분야부터 착수할 것, ③우선은 각 회원국과 접촉을 갖고, 각국이 얼마나 유연성을 보일 준비가 있는지를 파악한 후, 실질적인
협상을 추진해 갈 것, ④12월까지 세부원칙의 틀을 합의하도록 노력할 것 등이 확인되었다.
3. 협상재개에 대한 미국의
자세
이와 같이 WTO
사무국을 중심으로 협상재개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향후 합의가 조기에 타결될지 여부는 모두 회원국의 유연성에 달려있다는 것이
카스티요 의장이 강조하고 있는 대로이다.
이 유연성에 대하여
각국에게 얼마만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여기서는 협상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에 대해 10월 16일에 워싱턴에서 열린 알렌 존슨 USTR
농업협상 수석대표가 강연에서 한 발언을 살펴보겠다.
"미국은 현재 카스티요
의장을 중심으로 한 WTO 사무국의 협상재개를 위한 정력적 활동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또한 향후 협상의 진전여부는 농업분야에 달려있다는
인식에는 미국도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칸쿤회의에서의
논의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도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야심찬 독자적 제안을 작년에 제출하였고, 또한 지난 8월에는 EU와
공동제안을 해 그것이 칸쿤에서 각료선언안과 3차안으로 이어졌던 것처럼 칸쿤회의 전부터 그리고 칸쿤회의를 통해서 항상 리더쉽을 발휘해 왔다.
이러한 리더쉽을 발휘하기
위해 미국은 지나칠 정도의 양보를 해 왔다. 만약 각 회원국이 협상을 진전시키고 싶다면 대립진영 역시 양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브라질을 비롯한 G21의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나라에게 양보를 강요하고, 스스로는 양보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해 온 점이다. 미국은 칸쿤에서 양보할 준비를 하였지만,
그들은 그렇지 않았다. 균형잡힌 회의가 아니면 합의에 이를 수 없다." 이러한 발언으로 보았을 때, 적어도 미국측에서 추가적으로 유연성을 보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4. 칸쿤회의 이후 미국발언의
진의
죌릭 미국 무역대표의
"의욕이 있는 나라, 없는 나라" 발언은 언뜻 미국은 FTA를 최우선시하고, WTO에 대해서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는 듯 방향전환을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도 "미국의 협상자세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앞으로는 일본도 FTA를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살아남는다"라는 취지의 보도도 자주 눈에 띈다.
그러나 한편으로
미국내에서는 많은 WTO 전문가가 죌릭 무역대표의 발언은 "유연한 자세를 보인 후 WTO로 돌아오라"는 브라질 등 G21 국가들에 대한
메시지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견해는 존슨대표의 발언과도 부합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미 미국도 EU도 해야 할 양보는 이미 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EU 입장에서는 CAP
개혁을 결정하기는 하였다. 반면 미국은 종전의 비현실적인 주장과 비교하면 보다 현실적인 주장으로 가고 있긴 하지만, 정작 자국내 개혁에 대해서는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은 것이 실정이다.
이 점에 관해서는 미국내
WTO 전문가가 흥미로운 분석을 하였다. 그것은 '우루과이 라운드 이전의 농업협상에서 미국, EU 모두 WTO를 자국에 필요한 다른 나라의
국내보호 프로그램을 변경시키기 위한 '지렛대'로 이용해 왔다. 실제로 EU는 이번 라운드에서도 자발적으로 CAP 개혁을 추진했지만, 그를 위해
WTO 협상기한에서 받는 외압을 이용해 왔다. 그러나 이번 칸쿤회의에서 분명해진 것은 그러한 종래의 패턴은 통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EU는 자발적으로 CAP를 개혁해 왔지만 무역상대국에서 그 대가를 받는 것은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직까지 미국 정부는
자국의 농업보호 프로그램 확대에 대하여 질문을받을 때에는 "다른 나라가 농업보호를 삭감한다면 우리도 삭감하겠다"는 수사를 써서 설명하고 있다.
분명히 다른 나라의 보호프로그램 삭감이라는 점에서 EU는 CAP 개혁이라는 보호삭감에 합의하였지만, 만일 WTO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도국측에서
보호를 삭감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이러한 수사는 성립할 수 없게 되어, 의회와 농업단체에 대하여 현행 국내프로그램의 삭감을 제안할 수
없게 된다.
향후 미국이 보일 수
있는 유연성은 오로지 개도국이 보일 수 있는 유연성에 달려 있는 것이다. 앞으로 12월을 목표로 WTO 사무국을 중심으로 한 정력적인 노력이
계속될 것은 의심할 나위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성패는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옳고 그름은 차치하더라도 브라질과 인도 등과 같은 개도국이 자국
시장개방 감축에 어느 정도 합의하고, 한편 미국과 EU가 현재 이상의 양보를 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자료:http://www.zenchu-ja.org/wtonougyo.htm에서
(김태곤
taegon@krei.re.kr 02-3299-4241 농정연구센터)
발행처
KREI
발간물 유형
KREI 논문
URI
http://repository.krei.re.kr/handle/2018.oak/17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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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간행물 > 세계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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