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학계에서 진행되어 온 관행농업화 논쟁은 전 세계적으로 유기농업이 고속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발생하여 온 문제점을 드러냄으로써 성찰의 계기를 가져다 주었다. 물론 유기농산물을 재배하는 모든 농민이 필연적으로 관행농업처럼 농공업화(agro- industrialized)하거나 자본주의적 농기업체의 하청업체 혹은 계약재배 농민으로 전락할 것으로 성급히 예측할 수는 없다.
농산물 수출국에 비하여 매우 영세한 영농규모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친환경농업 역시 대부분 생계형 가족농 규모에 불과하며, 더구나 유기농업은 그 규모와 생산량이 아주 미미하다. 캘리포니아 같은 곳에서 보여지는 기업농에 의한 관행농업적 특징이 유기농산물 생산 부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규모는 작지만 대형 가공, 유통업체와의 계약재배, 원료농산물 공급과 같이 생산 이후 단계에서 실현되는 가치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대체(substitution)”의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유기가공식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그 추세는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농림부는 2006년 9월 유기가공식품의 인증과 법제화를 중심으로 한 “유기가공식품산업 육성 종합대책”을 발표하여 유기가공식품에 대한 관리를 제도화하기로 하였다. 여기에는 산지 유기농산물 가공 활성화, 유기가공식품 클러스터 조성 등의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국내산 유기농산물의 지역 내 가공 및 유통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이는 토착자원의 순환적 활용, 지역 내 생산된 농산물의 가공과 국지적 유통을 중요한 원칙으로 하는 유기농업의 이념에도 부합한다고 하겠다. 나아가 유기농업을 통한 가족농, 소농의 소득 증대와 사회적 형평성 추구를 위하여 지역에 기반한 유기가공업체의 육성 및 생산자단체와의 연계 강화도 중요한 과제로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의 발전과 연계된 유기농업의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유기농식품생산법의 개정과 유기농기준의 재정립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잘 파악하여, 앞으로 유기가공식품 관리제도 및 인증기준의 정립에 참고하여야 할 것이다.
유기농업은 사회운동으로서의 이념을 가진 대안농업이어야 하며, 당연히 틈새시장으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틈새에 대한 영어 표현, 니치(niche)는 “남이 모르는 좋은 낚시터”를 뜻한다고 한다. 그러나 낚시터가 널리 알려지게 되면, 그리고 연못 안의 큰 물고기가 다 낚이게 되면 더 이상 좋은 낚시터가 아니다. 유기농업이 관행농업화의 위험에서 벗어나 원래의 취지와 이념에 맞게 지속적으로 성장하려 한다면 유기농업은 틈새시장을 지향하여서는 안된다. 이른바 “환경의 세기”에 걸맞은 진정한 대안농업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중소농, 가족농의 경제적 지위 향상과 사회적 형평의 제고에도 맞는 그런 농업이 되어야 한다. Organic agriculture is still expanding in the 21st century, significantly benefited by supports from the governments of many countries. However, doubts are cast on whether current global growth of organic agriculture is on the right track, appropriately reflecting what the original advocates had espoused in terms of its ideological aspects as a social movement. After summarizing major features of organic agriculture as an alternative agriculture into three aspects, sustainability, locality, and social equity, this study introduces the so-called "conventionalization" debates mainly participated in by writers from the U.S. and western countries. Also, a description of the political process surrounding the modification of the U.S. organic standards is in the order for the purpose of showing a case of conventionalization. A few implications from the debate and the U.S. case are derived regarding the future development of the organic agriculture.
목차
1. 들어가는 말
2. 대안농업의 의미와 특징
3. 관행농업화 논쟁
4. 미국 유기농식품 인증제도의 관행 농업화 사례
5. 함의
6. 맺는 말